
1. 겨울왕국 : 트라우마 가득한 두 자매의 힐링 영화
무엇이든 얼려버리는 능력을 가진 엘사는 실수로 자신의 동생을 얼려버린 이후 스스로 방 안에 갇힌 생활을 시작합니다. 얼려졌다가 되살아난 동생 안나는 그 일로 모든 기억을 잃어, 하루아침에 변한 언니와 놀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엘사의 대관식 날, 안나와의 다툼 도중 엘사는 자신의 능력을 제어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듯 산 속으로 향합니다. 안나는 엘사를 찾아 떠나고, 다시 한번 엘사의 실수로 안나가 얼게 됩니다.
2. 겨울 왕국의 대유행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전에 없던 흥행을 합니다. 모든 어린이들은 영화의 주제가를 불렀고, 관련 장난감들은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인기가 잠잠해 지는가 싶다가도 매해 겨울이 되면 다시 영화의 주제가가 길거리를 메웠고, 산타클로스와 함께 크리스마스 관련 상품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특히 영화의 주제가는 신드롬 급의 유행을 만들어, 싱어롱 상영관이라는 신개념 상영관까지 만들어냅니다. 본의 아니게 많은 사람들이 겨울 왕국이라는 영화를 다회차 감상하게 되었고, 내가 낳은 아이가 겨울왕국의 주제가를 따라 부르게 될 때가 되니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영화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3. 트라우마에 빠진 가족
1. 엘사의 트라우마
사고(엘사가 안나에게 실수로 능력을 사용해서 안나가 죽을 뻔 했던 어린 시절의 일)를 겪은 후, 방안에서만 지냈던 엘사의 트라우마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어린 아이가 실수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엄밀히 따지자면 그 사고는 안나가 갑자기 튀어나오면서 발생하였기에 엘사의 잘못이 아님에도) 사실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엘사의 부모님의 태도입니다. 엘사의 부모님은 사고로 충격을 받았을 엘사를 위로하기는커녕, 엘사의 능력을 못쓰게 합니다.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안나가 죽을 뻔한 사고가 엘사가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로 인해, 엘사는 정말로 자신의 능력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의 능력이 발휘될 때마다 동생을 죽일 뻔 했던 순간이 계속 끊임없이 떠올랐을 테고,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자신을 스스로 방안에 가둡니다. 그리고 자신의 작은 손을 장갑 속에 꽁꽁 감추게 됩니다. 엘사는 자신을 스스로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렌델 성을 벗어나 스스로 패악을 부린다고 여겼던 얼음성을 만들 때에도 엘사는 혼자였습니다.
사고가 처음 났을 때, 엘사의 부모님들이 엘사의 잘못이 아니라고 감싸주었으면 아마도 엘사는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엘사의 부모님은 장갑 속에 엘사의 손을 꽁꽁 싸맬것이 아니라, 엘사가 능력을 키워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사고는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 사고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어떤 위로를 받느냐에 따라서 그 사고는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앞으로 인생에 있어서의 밑거름이 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엘사는 누구도 자신을 위로해주지 않았으므로, 자신 스스로를 가장 두려워했고,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조차 자신이 사랑해 마지 않는 동생을 안아줄 용기를 낼 수 없었습니다.
2. 안나의 트라우마
사실 사고로 인해 문제가 있던 인물은 엘사만은 아닙니다. 안나는 기억을 잃어 그 사고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사고로 인해 달라진 부모님과 엘사로 인해 애정을 받지 못한 채 자랍니다. 부모님은 언제나 엘사의 능력이 잘못 발휘될까 전전긍긍했고, 엘사는 스스로의 능력이 두려워 방밖으로 나오질 않았으니, 안나에게 애정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난생 처음 자신에게 오로지 관심을 주고, 자신과 많이 닮았던 한스왕자에게 첫눈에 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안나는 한스로부터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었고, 한스가 아니더라도 안나는 누구로부터든 쉽게 가스라이팅 당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안나는 왕국을 한스에게 맡긴 채 엘사를 찾아 떠납니다. 이것 또한 한스의 의도대로 되지만, 안나는 그것조차 깨닫지 못하는 상황에 이릅니다.
이후 진정한 사랑만이 안나의 얼어버린 심장을 녹여준다는 말에 안나는 한스를 찾고, 한스의 진심을 깨닫게 됩니다. 이때 안나가 굉장히 충격에 사로잡히는데, 영화에서는 마치 한스가 엘사를 죽일 것이라는 사실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마 안나가 느꼈을 두려움은 믿었던 한스에 대한 배신감일 것입니다.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믿었던, 자신에게 유일하게 사랑을 준 한스가 사실은 자신이 아닌 왕국을 탐냈었다는 사실이 안나에게는 못견디게 슬픈 현실이었을 것입니다.
안나는 결국 자신이 사랑한 것도 한스가 아닌 크리스토퍼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자신의 진심마저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이 슬펐습니다.
4. 올라프가 필요할 때
그렇다면 트라우마로 가득찬 인물들만 나오는 데 어떻게 어린이용 영화일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영화에는 모든 인물들의 나쁜 부분을 포용해줄 수 있는 최고의 상담가, 올라프가 등장합니다. 올라프는 "따뜻한 포옹을 좋아해"라고 말하며, 자신의 말처럼 모든 사람들을 잘 안아줍니다. 신체적 포옹뿐만 아니라, 감정적 포용도 넘쳐납니다. 올라프는 아주 말이 많은 편인데, 그 어떤 문제의 상황에서도 올라프와 함께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립니다. 올라프가 대단한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나는 따뜻한 포옹을 좋아해” 하며 꼭 안아줄 뿐입니다. 올라프는 상대방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고, 자신이 사랑해주는 이를 위해서라면 희생도 불사합니다.
실제로 올라프가 주인공인 엘사 다음으로 인기를 거두었던 것도 이런 긍정적인 성격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엘사의 부모님이 올라프와 같은 마음으로 엘사와 안나를 다독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영화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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