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flip 관계의 변화
첫사랑이란 말을 알기도 전인 7살의 줄리는 새로 이사 온 브라이스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그리곤 6년의 시간이 흘러도 그 사랑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브라이스는 줄리의 마음이 기쁘지 않습니다. 브라이스는 그런 줄리가 여전히 부담스럽기에 줄리를 떼어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줄리는 자신의 집 뒤뜰에서 키우는 닭이 낳은 달걀을 브라이스에게 나눠줍니다. 하지만 브라이스는 달걀을 버리고 그 모습을 줄리에게 들키게 됩니다. 화가 난 줄리는 그날부터 브라이스를 피하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자신을 부담스럽게 하던 줄리의 관심이 사라지자 브라이스는 줄리가 신경 쓰이기 시작합니다.
브라이스는 괴짜라고만 생각했던 줄리의 행동들에서 줄리의 진심을 알게 되고, 자꾸만 줄리에게 신경 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브라이스는 분위기에 휩쓸려 친구가 하는 줄리에 대한 험담에 수긍하게 되고, 이를 듣게 된 줄리는 브라이스에게 절교 선언을 합니다.
학교의 자선 행사 날, 브라이스는 지난 6년 동안이나 자신만을 좋아하던 줄리가 다른 남자아이와 파트너를 하게 되자 참을 수 없는 질투를 느끼고 줄리를 붙잡기 위해 키스를 하려 합니다. 하지만 줄리는 이를 거부하고 뛰쳐나갑니다.
2. 사랑하고있는 두 아이가 아닌, 아이들의 이야기
영화는 첫사랑 영화라고 하면 손꼽힐 만큼 유명한 영화입니다만, 본인은 최근에서야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린아이들이 어른들의 사랑을 흉내 내는 행동을 보는 것에 굉장한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 취향을 알고 있던 지인으로부터 플립은 그런 불편함은 없는 영화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 해당 영화는 제게 굳이 볼 필요 없는 불편한 영화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 13살 아이들의 사랑이야기라는 설정에만 사로잡혀 좋은 영화를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어린 아이들이 어른들의 사랑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들만 할 수 있는 관점으로 아이들의 사랑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사랑만큼이나 또래집단 내에 평판이 중요합니다. 브라이스가 줄리의 험담을 하는 친구의 말에 수긍한 부분이나, 줄리가 함께 나무를 지키자고 요청했을 때 거절했던 장면 등 브라이스가 아직 어린 아이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보다 친구들의 평판을 신경 쓰며 줄리를 대하는 장면들은 또래 집단이 큰 영향을 끼치는 어린아이기에 가능한 행동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만일 줄리가 브라이스의 키스를 받아주었거나, 줄리가 아이답지 않은 모습으로 자신을 꾸며 브라이스를 유혹하였다면 플립은 여전히 저에게 굳이 볼 필요 없는 불편한 영화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줄리는 브라이스를 인간적으로 좋아했기에 그 어떤 연애감정을 나누지 않아도 브라이스를 좋아했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적으로 실망감을 안겨준 브라이스에게는 가차없이 냉정할 수 있게 됩니다. 두 아이의 관계는 첫사랑에 빠진 풋풋한 어린 커플의 모습보다는 두 명의 인간들이 나누는 인간관계처럼 보입니다. 두 주인공의 서사와 감정선이 filp을 통해 치유받게 만듭니다.
3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반대의 설정
영화는 정 반대 집안에서 자란 줄리와 브라이스의 모습으로 흥미로운 요소를 만들어냅니다.
줄리의 집은 자유분방합니다. 줄리의 아빠는 정원을 가꾸거나 집의 오래된 물건을 바꾸는 대신 장애가 있던 삼촌이 높은 비용의 요양병원에서 더 좋은 혜택을 받길 원합니다. 경제적으로 가정에 투자하지는 않지만 정서적으로 가족을 지지합니다. 줄리의 오빠들은 어른들이 선호하지 않는 밴드활동을 하지만, 줄리의 아빠는 이를 지지합니다. 나무를 잃어 상심에 빠져있는 줄리에게 나무 그림을 그려주어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등 아이들이 단단한 마음을 갖도록 길러줍니다. 경제적 이유로 인해 엄마와 종종 다툼이 생기기는 하지만, 금방 화해하고 줄리에게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줍니다.
반면 브라이스의 집은 집 안에서도 정장을 입고, 식사전 기도를 하고, 감정을 에둘러 말하는 것을 예의라 여기며 스스로를 줄리의 집보다 우월하다 여깁니다. 브라이스의 집 사람들은 줄리가 정성껏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을 그저 병균이 묻은 불안전한 식품 정도로 여깁니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장애를 비난하고, 장애를 가지지 않은 자신들의 삶에서 안도감을 느낍니다. 그러던 어느 날 브라이스의 어머니의 초대로 줄리의 가족과 브라이스의 가족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됩니다. 줄리가 브라이스에게 절교선언을 한 후 이루어진 만남이었습니다. 이 날 두 가족은 (정확히는 브라이스 아빠와 나머지 식구들) 서로의 확고한 생각의 차이에 부딪힙니다.
이러한 설정을 통해 브라이스가 줄리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공감을 자아냅니다. 처음엔 줄리의 입장에서 이루어지는 연출이 브라이스의 입장에서 서사되기 시작하며, 브라이스의 입장을 공감하게 됩니다. 브라이스는 줄리가 싫었던 게 아니라 생소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영화는 나에게도 저렇게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지 하는 추억을 소환합니다.
또래와의 관계에 상처받기도 하고, 그들이 세상에 전부였다가도, 흔들리기도 하는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끝끝내 지켜내었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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