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사토라레
사토미 켄이치는 3살 때 겪은 비행기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비행기 사고로 부모님을 모두 잃고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청년 외과의사입니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그는 생각하는 것이 주위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사토라레”입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들려오는 그의 마음속 생각에 주변 사람들은 당황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토라레 특별관리위원회”는 신약개발분야에서 켄이치의 천재성을 발휘하게 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정신과 의사인 코마츠 요코를 파견합니다.
요코는 본래의 의도를 숨긴 채 켄이치에게 접근하여 사토라레기 때문에 겪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녀 역시 끊임없이 들려오는 켄이치의 마음의 소리를 닫고 당황하지만, 켄이치의 순수한 모습과 할머니, 동료, 그가 짝사랑 하는 상대 등 주변 사람들이 그를 위해 그가 “사토라레”라는 사실을 모르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사토라레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2. 주위 사람들을 거짓말 쟁이로 만드는, 사토라레
1.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 vs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사토라레는 한 사람이 자신의 비밀을 눈치챌 수 없게 주변의 사람들이 합심하여 그를 속인다는 작품 설정은 지난번 포스팅의 트루먼쇼와 같은 설정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모두의 합심이 속이는 인물을 위한 것인지에 따라 트루먼쇼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전방 10m 내의 사람들은 사토라레의 생각을 들을 수 있지만 이를 모르는 척 감내해야 합니다. 사토라레의 마음속 비난과 경멸, 혹은 응큼한 흑심을 듣더라도 모른 체 해야 합니다. 그 생각의 주인공이 자신이더라도 말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감내하는 대신 세금혜택을 받는 대신, 사토라레 사정범위 내에 있는 동안에는 “사토라레 특별관리위원회”로부터 행동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트루먼쇼에서는 진정으로 트루먼을 위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습니다. 트루먼의 아내나 심지어 엄마도 트루먼을 위한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트루먼을 위한다고 믿는 행동만을 합니다. 트루먼을 진정으로 위하던 사람들은 모두 세트장 밖으로 쫓겨납니다. 사토라레에는 그를 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켄이치와 함께 사는 할머니, 그리고 그의 동료들, 그가 짝사랑 하는 상대. 그리고 켄이치는 트루먼과 달리 천재적인 두뇌로 인류에 도움이 되는 신약을 개발하여 실제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줍니다. 겉으로는 거세게 불평을 늘어놓지만, 사토라레와 그의 주변 인물들은 모두 착하고 선량합니다. 사토라레의 속마음은 지나치게 솔직해서 때로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마을 사람들은 늘 사토라레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사토라레는 진심으로 주변 사람들을 걱정하는 마음을 가져, 사토라레의 진심을 아는 사람들은 결국 사토라레에 대해 좋은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2. 스스로 사토라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사토라레를 보게 되면, 몇가지 의문점이 생겨납니다. 사토라레는 본인이 스스로 사토라레라는 사실을 알아도 사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의문점 말입니다. 물론 그동안 자신의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을 느낄 수 있으나,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있을 수는 없으니 미래를 도모하는 데 있어 주체적 선택이 가능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스스로 격리한 채 살아가는 것입니다.
사토라레는 10m의 반경 이내에서만 소리가 들립니다. 사토라레의 컨디션에 따라 반경 거리가 넓어지긴 하지만, 대체로 10m의 거리만 유지된다면 그는 다른 사람과 똑같은 생활이 가능합니다. 사실 영화를 처음 볼 때, 한 사토라레가 외부인과의 철저한 차단을 위해 스스로 무인도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고립시키는 것이 저런 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며 비대면, 자가격리, 거리두기, 고립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토라레 또한 10m 이상의 거리 두기를 하며 생활한다면, 스스로가 사토라레임을 알더라도 사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모든 사람이 사토라레로 구성된 집단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토라레가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 남에게 들리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로지 자신의 진심만이 모두에게 알려지는 일방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며 자신이 소수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모두가 서로의 속마음을 숨길 수 없게 된다면,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입을 벌려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이 전달되기 때문에 오히려 효율적으로 느낄 것 같습니다. 그 집단에 몇 명 정도 속마음이 들리는 일반사람이 있다 한들, 그들이 다수가 된 상황에서는 그것이 불리함이나 부끄러움이 아닐 것입니다. 사토라레가 조금 솔직한 사람들의 집단 정도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3. 사토라레 증후군
트루먼쇼의 흥행 이후 트루먼쇼 증후군이 생겨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토라레 증후군을 앓았습니다. 아마 작품의 상상력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곤 혹시 나도 사토라레가 아닐까 하는 망상에 빠지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사토라레가 아닐까 생각한다면, 그 생각은 접으셔도 됩니다. 트루먼쇼 포스팅에서도 적은 것처럼, 우리 사회는 작은 동물이 학대되는 것만 봐도 모두 함께 작은 동물들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 그들이 집단이 한 사람을 속이는 것을 두고 보진 않습니다. 그들은 소리 낼 것입니다. 그러니 안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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