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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아가씨 : 피 칠 갑을 한 동화

by 몽실몽실2 2023.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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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가씨 : 내 인생을 구하러 온 나의 구원자, 숙희

일제 강점기에 버려진 아이들을 되팔아 돈을 버는 생계형 소매치기 숙희는 후지와라의 백작의 제안에 따라 히데코 아가씨의 심복이 됩니다. 그리고 히데코 아가씨와 후지와라 백작이 결혼할 수 있도록 히데코 아가씨에게 가스라이팅 합니다.
후지와라 백작과 히데코 아가씨는 히데코의 숙부 몰래 결혼을 하고, 숙부에게 착취된 히데코의 재산을 돌려받으려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며, 서로를 이용하여, 누군가는 자유를 누군가는 재산을 누군가는 사랑을 얻게 되는 영화입니다.

2. 붉은색의 마법으로 변신한 고전

1.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사실 영화의 내용은 복잡해 보이지만 아주 간단명료합니다. 숙희와 히데코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사랑이야기입니다.


숙희가 히데코의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숙희는 돈벌이를 위해 무엇이든 하는 캐릭터입니다. 버려진 아이를 키워 부잣집에 되팔거나, 소매치기를 한 돈으로 생활합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이들과 함께 살며 때로는 더 큰 사기를 쳐서 돈을 법니다. 숙희에게는 죄의식이 없습니다. 식민지 시대에서 숙희는 불법적인 짓들을 하면서도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먹고살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숙희는 후지와라 백작의 계획을 죄의식 없이 동참하며, 오히려 더 당당한 모습으로 거액을 요구하는 물질만능주의적 인물로 나타납니다. 그런 숙희가 평생 집안에만 갇혀 지내느라 세상물정 모르는 히데코에게 마음을 쓰기 시작한 것은 바보온달이 평강공주를 만나 장군이 되었다는 전래동화와 같은 극적 연출을 위한 설정입니다.

 

숙희는 히데코의 모습이 예뻐 첫눈에 반합니다. 그리고 히데코에게 자꾸만 마음을 씁니다.

히데코도 숙희가 자꾸만 자신을 안타깝게 여기고, 진심으로 잘 대해주자 마음이 통합니다. 후지와라 백작은 숙부와 마찬가지로 히데코와 숙희의 사랑이야기를 더 견고히 해줄 악당 역할에 지나지 않습니다. 성별이 같기에 조금 더 금단의 사랑처럼 느껴지지만,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그저 고전의 동화 이야기의 흔한 클리쉐일 뿐입니다.

 

2. 붉은색의 마법


그럼에도 사람들이 영화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은 내용보다는 연출과 색감등 영화로 표현해내는 요소에 있었을 것입니다. 사실 영화 곳곳에는 붉은색의 연출이 많이 나옵니다. 입술을 붉게 칠한 채 음란한 책을 읽는 히데코의 모습은 그 간 집안에서만 갇혀 세상 물정 모른 채 살아가던 순진한 아가씨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히데코에게 직접적인 폭력 장면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그 모습만으로도 히데코가 정신적인 폭력에 지배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곳곳에 등장하는 붉은 피들은 피 튀기는 소리들과 함께 연출되면서 극도의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끝내 벚꽃까지도 붉게 표현될 때는 이 영화는 붉은색으로 관통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3. 영화 후에

영화는 계속된 반전으로 계속됩니다. 결론만 보았을 땐 처음 예상했던 내용이지만, 중간의 복선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고, 끝없이 의심하고, 끝내 사랑을 확인합니다. 영화 속에서 반전은 히데코와 숙희의 사랑을 견고히 하는 역할로 사용됩니다. 우리는 그 반전을 통해, 기존 히데코와 숙희의 설정이 동성이었음에서 오는 불편함에서 벗어납니다. 그저 그 두 사람을 응원하게 되고 악인이 벌을 당했을 땐 통쾌함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는 반전의 반전으로 연출되고 있으므로 처음 볼 때와 처음이 아닐 때의 감상이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처음엔 그저 반전에 놀랄 뿐이었다면, 두 번 이상 볼 때는 영화 내 복선이나 복선들을 연출하기 위한 세세한 연출 등에 놀라게 됩니다. 그리곤 계속되는 영상미에 압도되고, 조금은 기괴한 음악으로 영화를 완성합니다. 

 

평소 영화를 볼 땐 대체로 주인공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을 갖곤 하는데, 아가씨는 그런 물음은 애초에 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추운 겨울밤 침대맡에 누워 잔혹 동화를 들은 느낌입니다. 마치 콩쥐 팥쥐의 원작 속에서 팥쥐가 젓갈로 담가져 친어머니에게 먹힘 당했다는 동화 말입니다. 그러니 너는 이들과 달리 착하게 살아야 해 하는 교훈을 주는 동화 말입니다. 겨울밤 따뜻한 이불속에서 해피 엔딩의 잔혹 동화를 듣고 싶다면 그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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